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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페셜 환경건축가 김원의 '종로愛서'④ 살아있는 진경산수, 수성동 계곡 겸재 정선, 과장되지 않은 실제 풍경 그대로 인왕산 그려 안평대군 집터 기린교도 옥인 시범아파트 철거 후 그대로 보존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서울은 사대문 안 5대 궁과 함께 역사적 의미는 물론 정신적 가치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건축가 김원(78,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씨는 종로를 600년 역사 도시이자 서울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한다. 그가 사랑하는 도시, 종로의 문화로드를 함께 따라가봤다. 서울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다간 조선후기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은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와 장경팔경첩(壯洞八景帖)으로 종로의 상징이 됐다. 그는 특히 이 두 작품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진경산수화 화풍을 창시하며 명성을 날렸다. 겸재가 화폭에 담아낸 신비로운 인왕산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기개로 묵묵히 서 있다. 겸재의 발자취를 찾아 인왕산 기슭 수성동 계곡을 찾았다. "겸재의 진경산수라는 것은 정말 의미가 깊어요. 그전까지 우리나라는 고려, 조선왕조 다 합쳐서 중국의 산수화, 북종화, 남송화 이런 것들의 영향을 받아서 산수화를 그려도 굉장히 기괴한 그림이었습니다. 산이 이상하게 생기고 현실 같지 않은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겸재는 흉내 내는 걸 싫어하기도 했겠지만 여기처럼 경치 좋은 곳에서 살면 이걸 그리고 싶지 과장된 걸 그리기 싫었던 겁니다. 그래서 겸재는 진경(眞景)을 그리자고 마음 먹었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수백 년 동안 전통적으로 중국 그림을 모방하던 그 풍토에서 그건 아니라고 하는 게 쉬운 일이었겠냐고요." (김원 건축가) 겸재의 또한 장동팔경첩에서는 수성동 계곡 모습도 화폭에 담아냈다. 시내와 암석의 경치가 빼어났던 골짜기까지 실감 나게 묘사했다. 수성동 계곡에서 놀라운 건 실존하는 그림 속 돌다리가 그대로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기린교라는 이름의 이 다리는 조선 시대 효령대군과 안평대군의 옛 집터에 있던 돌다리다. 2007년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남아있는 것을 전문가들이 확인했다. 화폭 속의 돌다리가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의 휴양지로 주목받았던 수성동 계곡이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 수난도 많았다. 도시화를 위한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수성동 계곡 위로 아파트가 건설된 것이다. 이름하여 옥인시범아파트가 그것인데 1971년 인왕산 자락 9개 동 308세대로 지어졌다가 2011년 수성동 계곡 살리기 일환으로 철거된 아파트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2012년 수성동 계곡을 장동팔경첩 그림 그대로 복원했을 때 기린교도 원형 그대로 발견된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다. "천만다행으로 시범아파트를 지을 때 너무 졸속으로 지었기 때문에 바위를 까내고 기초를 다지고 콘크리트를 칠하고 등의 작업을 안 한 거예요." (김원 건축가) 다시 되찾은 건 수려한 기암괴석과 계곡의 절경만이 아니었다. 1급수 맑은 물이 흐르며 가재, 버들치가 찾아드는 청정 생태계로 탈바꿈했다. 수성동 계곡은 서울 안의 몇 안 되는 오아시스로 불리게 됐고 보존된 자연은 잊지 않고 보답을 해줬다. 바쁜 일상 속, 쉼표를 찾는 사람들의 휴식처가 돼주고 있다. "철거 후 이곳은 겸재 그림 그대로 주변을 복원하자 해서 시민들은 겸재께서 보셨던 풍경을 지금 똑같이 보게 됐습니다. 물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이게 수성입니다. 물 수(水)자, 소리 성(聲)자입니다." (김원 건축가) seva@yna.co.kr 내레이션 : 유세진 아나운서 ys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