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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건축가 김원의 '종로愛서'⑤ 한국 산수화의 자존심, 이상범 가옥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건축가 김원은 도시 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건축가로서 우리 시대 굵직한 건축물을 지었다. 또한 그는 오래된 것을 내치지 않고 새로운 것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자연주의 건축가의 삶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또한 40여 년간 서촌에 살면서 종로 문화유산 지킴이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촌은 조선 후기부터 중인들이 모여 위항문학(委巷文學)을 꽃피운 곳이기도 하다. 위항문학은 조선후기 양반사대부가 아닌 중인 이하 서얼, 서리 출신의 하급관리와 서민들을 중심으로 서울에서 전개된 한문학을 말한다. 당시 이들의 문화수준은 추사 김정희를 초빙해 글씨를 받을 정도로 높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촌은 지금도 많은 예술인이 모여 사는 문화 특구다. 서촌 누하동에 있는 화가 이상범 가옥은 국가등록문화재 제171호다. 동양화가인 청전(靑田) 이상범 화백(1897~1972)은 지금까지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산수화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청전양식'이라는 독창적인 화법으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한국적 산수 풍경화를 그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산천을 담은 수평 구도의 편안한 양식을 선보여 뭇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이상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화백은 생전에 늘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화실의 창 너머로 물건 팔러 온 여인이나 시골 사람들이 지나가다 구경 할 때가 있었는데 그분들에게 "이 그림을 보고 어떻게 느끼십니까?"하고 감성을 물어봤다. 우리 것이라고 느껴질 수 있고 알아볼 수 있는 우리 민족 고유한 정서를 직접 경험해보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 화백이 조선일보 1955년 6월 24일 자 신문에 직접 기고한 내용이다. 이상범 가옥은 이 화백이 작고한 1972년까지 그의 가족 3대가 함께 살았던 가옥이다. 지금도 고풍스러운 가구와 살림살이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생활공간이자 작업실이기도 했던 이 집에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집 자체는 1930년대 초에 유행하던 도시형 한옥이라는 스타일이에요. 그 전에 이 서촌 지역에 많이 있었던 오래된 한옥이 아니고요. 당시의 집 장사들이 지었는데 요즘 말로 도시형 한옥의 원형이라고 하는데 이런 점들이 참 재미있습니다." (김원 건축가) 기역(ㄱ)자의 안채와 일자형 행랑이 있어 도시형 한옥인 이 가옥은 문화재로 등록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가 청전양식 화풍을 완성하고 많은 제자를 양성했다는 화실은 지금 막, 사람이 나간 듯 생생하기만 하다. 생전에 쓰던 벼루와 먹부터 미완성의 절필 그림까지 이 화백이 작품에 열중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화백은 여기서 늘 자기 작품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분이 그린 아름다운 그림의 설경, 시골 경치, 이런 것들을 구상한 장소가 여기죠. 예술적으로 좋은 걸 만들기 위한 환경에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집뿐만이 아니라 담장 뒤, 장독대 등 주변 환경까지도 크게 영향을 받는 거죠. 그러니까 건축가라는 직업이 책임이 무거운 것입니다." (김원 건축가) 김원 건축가는 건축가가 해야 할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예술가를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지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seva@yna.co.kr 내레이션:유세진 아나운서 ysjin@yna.co.kr